목표한곳까지 절반도 못간곳에 적당히 넓은 공터(?)같은게 나오자 마자 '더는 못가겠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는 ㅋ 일단 그곳에 짐을 풀었다.
힘드니 일단 간단하게 배를 체우고, 따듯한 커피 한잔 하면서 텐트 지퍼를 열고 밖을 내다보니..
오오~~!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달이 떠오른다!! 마치 먼동이 터오는것처럼 달이 떠오르는데 환상적인 그림이!!!
아쉽게도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되는... 사람 눈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
해가 질때처럼 달이 떠오르는것도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게 되더라는...
마침 달도 보름달이라... 밝기가 대단했다. 주위가 훤~해지면서 조명없이도 주위가 다 보일정도.
생각지도 않게 멋진 경험을...
달빛이 비치는 명성산 등산로.
귀신나올듯 무섭다고 생각 할 수도 있는... 아무도 없는 차분함이 너무 좋다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그런 곳, 그런 시간
저 아래 도시의 불빛들.
철원쪽 방향.
나름 멋지게 찍어보려 한...
그러나 별로 안멋있는... 망한 ^^;
해는.. 아니 달은 이미 중천에 ㅎ
따듯한 커피 한잔 하며 밤풍경 실~컷 구경하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일본 근방에 있는 태풍의 영향인지 밤새 더럽게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서 누가 텐트를 발로 빵빵 차는듯한 흔들림 속에서 열댓번을 깨면서 힘들게 잠든것 말고는... 그닥 춥지도 않고 잘만했는데...
잠들기전, 주위에서 왠 꼬마 목소리가 들리길래 '이시간에 야간산행을 하는 가족들이 다 있나보다..' 하고 누워있는데... 목소리만 잠시 들렸을뿐 아무도 지나가질 않는다. 엉? 이곳은 등산로 한가운데 외길이라 안지나 갈 수가 없는곳인데? 중간에 돌아갈만한 포인트도 아닌데? 뭐지?
귀신이었나?!
2nd day
아침에 눈을 뜨니 6시.
요즘 해가 많이 짧아져서 이시간이면 일출을 볼 수도 있겠다 싶어 텐트 지퍼를 딱 여는순간...
눈앞에 펼쳐진 대단한 광경 !!!
밖이 어둡길래 그냥 사방이 컴컴할 줄 알았는데 동쪽 산등성이가 불타고 있었다. 절로 입에서 와~ 소리가 나오는 순간.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어본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 동영상도 찍어본다..
저 멀리 능선을 따라 하늘이 불길에 찢어진듯한 장면이 잠깐 보이더니...
해가 뽕~ ㅎㅎ
동해 가서도 잘 못보던 일출을 여기서 이렇게 생생하게 볼 줄이야...
갈대밭 사이로 차분히 떠오르는 일출. 이 근사한 광경을 혼자만 본다는건 좀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가 같이 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지... 애기 보느라 맘편히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나만 혼자 어딜 간다고 해도 흔쾌히 보내주는 고마운 아내.
힘들게 짊어지고 온 텐트.
근사한 장면에서 함께 사진이라도 찍어놓아야지..
햇살을 받은 새벽 이슬 맞은 억새들이 빛이 난다.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반짝 빛이나던 억새들. 대단히 멋있었는데.. 사진으로는 당최 표현이 안된다 -_-;;
건너편 서쪽 방면은 아직도 새벽.
산위에 있으니 저동네 사람들보다 한참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17-35mm 렌즈만 사용하다가 가방안에 있는 50mm렌즈가 생각이 나서 꺼내 물렸다.
역시.. 50mm 렌즈가 느낌이 좋다.
억새에 둘러쌓인 인적없는 산길. 오늘 가야 할 길.
일출을 실컷 구경하고 아침을 대충 챙겨먹고 짐싸들고 출발~
편하게 1박한 그곳.
아니 다녀간듯 하게 깨끗이 정리하고 명성산 정상을 향해 출발~
TV CF에서나 나올법한 길을 홀로 걷는 이 기분을 누가 알랴...
들리는 소리라곤 바람에 사그락 거리는 억새소리와 내 발소리. 오로지 그 뿐.
앞쪽으로 봉우리가 하나 보여서 저게 삼각봉인가보다~ 하고 올라갔더니 '구'삼각봉이란다. 썅~
어쩐지.. 삼각봉 높이가 명성산 정상과 거의 맞먹던데 이렇게 쉽게 올랐으니... 이상하다 했다. 대충 지도를 보니 아직 가야할길은 한참 남은듯.
명성산 최대의 난코스. (달랑 눈에 보이는 만큼이 전부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릴시간에는 이곳에서 고생좀 할것 같았다.
어려운(?)코스를 넘어서고 능선을 따라 조금 걷다보니 뽀쪽한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틀림없이 저것이 삼각봉일터!!